마음의 문제 / 한수희
2025-11-10조회 13
| 불안을 멈추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한수희 작가의 산문집 <마음의 문제>를 읽고 ![]() 한수희 작가의 <마음의 문제>는 옳고 그럼에 관한 이야기도,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도, 좋음과 나쁨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이게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수희 작가는, 남들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 어쩌면 치부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식탁 위로 꺼내 놓는다. 그리고 살짝살짝 마음을 건드려준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이 정도면 망한 생은 아니라고 어깨를 툭! 쳐준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꼭꼭 숨기고 싶은 비밀이 생기곤 한다. 이를테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다든지, 자식이 30점의 수학 성적을 받아와서 걱정이라든지, 주식으로 집 한 채 값을 날려서 빈털터리라든지 등등.. 말이다. 각자 다른 형태의 고통과 힘듦이 있겠지만, 그저 견디는 게 삶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한수희 작가는 갑자기 찾아온 원인 모를 혀의 통증, 불안장애를 경험하며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존할지에 대한 방법을 함께 찾아가자고 말한다. 작가 자신이 7년간 기록해 놓은 인생의 오답노트를 독자들에게 공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정답이 없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한다. 작가 스스로도 정신의학과를 찾아가 의사에게 마음의 고통을 토로하면서 위로받았다는 경험을 용기 내 고백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내 힘듦을 토로하는 것은,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앞에 두는 것은 썩 괜찮은 경험이었다. (28쪽) '나이 듦' 혹은 '안티에이징'이 화두인 시대이다. 요즘은 그냥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잘' 나이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어른, 좋은 선배, 좋은 후배, 좋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곤 한다. 작가는 말한다. 좋은 무언가가 되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지 모르겠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나쁘지 않은 정도'로만 살아가도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 과욕에 덜미를 잡혀 버리면, 오히려 불안과 걱정에 잠식당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 나의 과제는 '잘 나이 드는 것'이다. '좋은 어른'까지는 어렵겠지만, 사실 '좋은' 뭔가가 되려는 것 자체가 음흉한 야심 같고, 그냥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정도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다. (50쪽) 또한 살다 보면 힘을 빼야 하는 시기를 반드시 지나가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시기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아등바등'이 아닌 유연한 생각과 여유로운 쉼이 필요한 때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잠시 쉬어가자.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해야 할 때야.'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 가끔은 통제력을 발동하는 것보다 살짝 놓아버리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확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나 자신에게 건네는 조언처럼 들린다. 자 자, 지금까지도 넌 어떻게든 해왔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몸에 힘을 빼. 어깨를 펴. 숨을 깊게 들이쉬고 오래 내쉬어.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에, 시간에 너를 맡겨. 시간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 너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마치 파도에 몸을 맡기듯 거기에 몸을 맡겨. (128쪽) 조금 가벼운 분위기로 '일요일'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페이지도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쉰 것 같지도 않은데, 주말은 가난한 집의 쌀통처럼 금세 바닥을 보이곤 한다.(174쪽) 마음껏 무책임해져도 좋을 주말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일요일 저녁,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에 어깨가 다시 무거워진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는 느긋하고 나른하고 적요한 일요일의 분위기를 매우 즐긴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충전하면서 선물처럼 얻게 된 시간을 마음껏 탐닉한다. 그렇게 또 일주일을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다른 이들의 일요일은 수축의 시간일지 확장의 시간일지 궁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역시 일요일 오후다.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이 시간만큼 채워졌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시간이야말로 수축하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쫓기지 않는 느낌. 뭐든 넉넉하게 쓰는 느낌. 그러고 나면 소진된 것이 아니라 충만해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182쪽) '마음의 문제' 안에 담긴 12편의 이야기, 그리고 묶인 주제마다 소개하는 음악이 전하는 여운을 느끼고 나면 내가 겪고 있는 다층적인 문제들,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들이 다소 흐릿해진다는 감각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해내고 있는 건가? 내 선택이 틀린 건 아닌가? 나 지금 행복한가?'이런 질문들 속에서 불안을 멈추지 못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다정한 안내서로 이 책이 읽힐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맞춘 정확한 조언과 정확한 위로는 아니었을지라도, 그 비슷한 언저리쯤에 닿았다고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발견에 감사한다. 누가 타인에게 정확한 위로와 정확한 조언과 정확한 충고와 정확한 응원을 할 수 있겠는가. 누구도 그럴 수 없다.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타인의 마음에 정확하게 가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9쪽) 작가의 오답노트를 훔쳐보면서 깨달았다. 실패하고 망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다시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통렬히 깨달았음을 고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