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터뷰 / 은유
2025-11-24조회 5
| 은유 작가가 인터뷰 하러 가기 전 꼭 새기는 두 문장 은유 <아무튼, 인터뷰>를 읽고 ![]() 몇 년 전 은유 작가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 북토크 강사로 초청했었다. 섭외 메일을 쓰고 수락의 메일을 받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했었는데 "가겠습니다"라는 문자를 인지한 순간 운전자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던 경험이 있다. 은유 작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다. 나는 '글이 좋으면 사람도 좋아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작가의 SNS 계정을 찾아보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고, 전작 읽기에 탐닉하면서 작가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인다. 연예인을 덕질하듯, 작가들을 덕질하는 것이 나의 취미이다. 그런 마음으로 은유 작가의 신간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위고, 제철소, 코난 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고 있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인 아무튼 시리즈로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게다가 '아무튼, 인터뷰'라니, 이건 은유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주제여서 책을 보자마자 납득이 되었다. <아무튼, 인터뷰>를 통해 은유 작가가 인터뷰이를 대하는 태도, 문장 납품가이자 인터뷰어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마음의 길을 자세히 읽을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은유 작가는 인터뷰이를 어렵게 섭외하고 인터뷰가 성사되어 결국 만나게 되는 과정을 매우 즐기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뷰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 두렵고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는 작가의 고백이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왔다. 은유 작가가 왜 최고의 인터뷰어로 평가받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해 섣부르게 단정 짓지 않고 서로에게 닿으려고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마음'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의 능력을 퇴화시키고 혐오를 부추기는 세상이지만 타인에 대해 섣부르게 단정 짓지 않고 서로에게 닿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그 마음을 인터뷰가 돕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지상에 늘어나고 있다는 데 나는 잔잔한 희망을 느낀다. (13쪽) 우리는 공식적으로 '인터뷰'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자주, 많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이끌어내 경청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기술적인 훈련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가 모든 것의 출발임을 알게 되면서 겸허해진다. 인터뷰는 사람 이야기를 뺏어 오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다른 한 사람이 다가가서 경청하고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일임을, 경비 아저씨는 당신의 업으로 내게 알려주셨다. (34쪽) 섭외의 핵심은 타이밍을 맞추는 것 모든 인터뷰는 '섭외'에서 시작된다. 은유 작가는 섭외의 핵심이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매우 공감한다. 내가 일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보니 작가를 섭외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섭외를 하기 위해 보통 이메일을 활용하는데, 섭외 메일을 쓰기 전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으로 생각하는 것은 작가의 전작 읽기다.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형식적인 섭외 메일을 쓰는 것은 낯이 뜨거워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정해진 예산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도 섭외에 성공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정성과 열정과 간절함과 배려가 담긴 달큰한 풍선이 작가의 마음에 도달해 펑~ 하고 터졌을 때이다. 섭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쑥' 들어오는 제안에 당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선택지를 다양하게 전달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최근에 두 번 연달아 작가 섭외에 실패한 일이 있다. 거절의 메일을 받았을 때는 마음을 다시 추스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 목적에만 몰두해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지 다시 살펴보게 된다. 두 분의 작가 모두 미리 정해진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하셨는데, 타이밍을 맞춰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 한 사람을 섭외해 보는 과정에서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체감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두드리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맞추는 게 성사의 핵심이다. 섭외는 서로의 필요를 조율하는 과정이다. 내가 아무리 고심하다 말을 걸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어떤 제안이든 '불쑥' 난데없이 들어오는 거다. 그렇기에 상대의 처지를 충분히 헤아리고 접근해야지, 자기 목적에만 몰두하면 무례를 범하는 꼴이 되기 쉽다. 나는 '이야기 약탈자'처럼 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33쪽) 좋은 질문과 좋은 답변, 그리고 좋은 인터뷰 최근에 '정말 좋은 인터뷰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유튜버가 있다. '천재 이승국'이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이승국이다. 그의 채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본 영화를 스포일러 없이 리뷰하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이승국은 다양한 번외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배우가 내한했을 경우 인터뷰를 맡아서 하기도 한다. 영화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것은 기본이지만 인터뷰어로서 그가 가진 강점은 다른 것에 있다. 배우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인터뷰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이로 만나게 될 배우의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분석, 전작들과 비교해 변화된 배우로서의 서사, 연기하는 배우에 대한 감정적 공감, 영화광으로서 체득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 등 그가 가진 탁월함은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국과 만난 배우들은 배우로서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던 애정 어린 질문들에 감격해 그에 걸맞은 신중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하곤 한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인터뷰, 감동과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인터뷰, 결국에는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포옹하며 마무리되는 인터뷰를 보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전율이 인다. '하나의 화두에서 소용돌이처럼 맴돌며 깊어지는 대화'(169쪽)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이승국은 압도적으로 그 일을 잘 해내고 있다. 모순 없는 두 문장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은유 작가가 인터뷰 현장에 나갈 때 항상 마음에 장착하고 간다는 두 문장, 바로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유 작가가 자신의 전작 <쓰기의 말들>에서 '글쓰기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의미로 썼던 문장이지만, 누구나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모두 글감이 될 수 있고 감동적인 서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혀 공감했다. 특별하거나 탁월하기 때문에 삶을 재조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것 만으로도 모두가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각각의 삶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현장에 나갈 땐 두 문장을 쌍무지개처럼 가슴에 띄우고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순 없는 두 문장을 잇는다. (51쪽) 은유 작가는 <아무튼, 인터뷰>가 인터뷰어로서의 경험이 담긴 책이고 인터뷰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쓴 책이지만 타인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 어색하고 관계를 트는 일에 매번 고꾸라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How to interview'라는 서비스 페이지에 담긴 섬세한 조언들과 노하우를 참고해서 인터뷰 진행과 글쓰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불어 타인에게 말 걸고, 묻고, 귀 기울이며 나 자신과 제대로 마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독자로서의 한 가지 바람은, 황정은 작가가 <일기>에서 '누군가의 애쓰는 삶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구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은유 작가가 인터뷰어로서의 애씀으로 많은 사람들을 선과 악의 교차로에서 계속 건져내고 살리고 다시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