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통합도서관

검색 열고 닫기

검색

검색

추천 도서 게시판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 임영희

2025-04-24조회 7

작성자
김은미
이메일
한강 <채식주의자>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작가
한국문학 재열풍을 기대하며...<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




 
 
최근에 외국어로 된 문학 또는 영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의 일상을 담은 책을 몇 권 읽었다. 영화 번역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 '황석희' 번역가의 첫 에세이, <번역 : 황석희>를 읽으며 번역가로서의 생활과 작업 환경, 여러 작품을 번역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 등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일본 문학 번역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권남희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가로, 그녀가 번역한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까지 전작을 거의 다 읽었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한국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한국문학 전도사 임영희 작가의 이야기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루 만에 다 읽어낼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정독했다. 비전공자인 임영희 작가가 한국문학 번역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어내야 했던 어려움, 예기치 않았던 좌절의 순간, 목표하는 바를 이뤘을 때 작가가 느꼈던 희열 등이 고스란히 감동으로 전해졌다.
​​
프리랜서 번역가로 산다는 것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육자의 길을 가려던 꿈을 접고 번역가의 길에 들어선 임영희 작가는 두 번째 작품을 번역하면서 번역가라는 직업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한국문학 번역을 통해 한국을 프랑스에 알리는 데 일부나마 기여한다는 점에서 뿌듯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25쪽)고 한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항상 원하는 출판사에서 원하는 작품을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아무리 일을 사랑하고 열정이 있어도 그것으로 생활이 되지 않으면 계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산다는 것은 늘 경제적인 불안정을 감수해야 한다(195쪽)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여러 번의 고비를 통해 이런 사실을 터득하게 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무너지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삶은 우리에게 항상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나는 이후에도 찾아온 몇 번의 고비를 통해 터득했다.(124쪽)
 
임영희 작가는 낯선 땅 프랑스에서 번역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출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고 그것이 작가의 삶을 전진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35쪽).
 
임영희 작가는 자신이 번역한 책이 호평을 받고 나쁘지 않은 판매 성적도 거두고 간혹 문학상 후보에 오르거나 문학상을 받기도 하면서 한국문학 번역가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런 성과들은 작가가 응달에서 묵묵히 작업해온 시간들을 보상해 주고도 남을 만큼의 즐거움이자 기쁨이 되었던 것이다. 그 지난했던 시간들에 경의를 표한다.
 
프랑스에서 한국문학 열풍을 불러온 것은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과 더불어 프랑스 및 전 세계에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케이팝과 한국 영화 및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열풍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184쪽)
 
프랑스에서 한국문학 시장성이 성장과 저성장을 오르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한국문학의 인지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으면 전망 역시 밝다고 하니(185쪽),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 시 봉착하게 되는 난제

모든 문학작품의 번역에 동일하게 주어지는 난제일 수 있는데, 임영희 작가는 한국문학 번역 시에 가장 자주 봉착하게 되는 두 난제로 시제 문제와 문화 차이를 이야기한다.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원문과의 충실성 문제라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 작가가 '번역이라는 것은 단어와 문장을 그대로를 옮기는 작업이 아닌 세계와 세계를 충실하게 옮기는 작업'이라고 말한 점이 깊이 공감된다.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 할 점인 것 같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말했다. 번역에서 충실성이란 단어와 단어가 아닌, 세계와 세계를 충실하게 옮기는 것이며, 번역가란 단어의 무게를 재는 사람이 아니라 영혼의 무게를 재는 사람이다, 라고. 내가 좋아하는 좋은 번역이란 작가의 의도, 정신, 영혼을 배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원문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를 취해 보다 매끄럽고 유려한 현지어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다. 단어들에 집착하지 않고 문장이나 문맥의 뉘앙스를 보다 잘 살리는 번역이다.(192쪽)
 
특히 외국문학 번역가가 아닌 한국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잘 알려진 언어권 번역가에 비해 추가적인 안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어를 읽지 못하는 출판인들이 한국 작품의 퀄리티를 판단해서 출판 결정을 내릴 수 없으므로 번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국 독자층의 주목을 끌만한 한국 작품을 발굴해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임영희 작가가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다이내믹하게 잘 해내고 있기에 좋은 한국 작품들이 프랑스에서 빛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랑스러웠다.

한국문학 번역가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임영희 작가의 여정을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수많은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담겨 있는 책이므로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임영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의 권위에 힘입어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이 다시 한번 뜨거운 열풍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