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 고명환
2026-09-14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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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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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 고명환

고명환은 이제 ‘개그맨’이라는 호칭보다 ‘작가’와 ‘강연자’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 20여 년 동안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책에서 발견한 지혜를 삶 속에서 직접 실천해온 그는 이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독서가 중 한 명이다. 『독서의 기술』에는 그가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작가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이야기한다.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책을 안 읽어서 바쁜 겁니다.”라고 말하며, 독서는 더 이상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한 시간의 독서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은 없다고 확신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이토록 독서의 효용을 확신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책의 행간마다 느껴지는 단단한 확언에 나 역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책을 읽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한 취미로서의 독서다. 다른 하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얻기 위한 책 읽기, 전투 독서다.” (99쪽)
이 문장을 통해 이 책이 말하는 독서가 단순한 취미 독서가 아니라 ‘전투 독서’임을 알 수 있다. 제목은 『독서의 기술』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기술’은 책을 빨리 읽거나 많이 읽는 방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책을 읽은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읽었느냐가 아니라, 읽은 뒤 얼마나 오래 생각했느냐는 것이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독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하루 한 장이라도 평범하게 꾸준히 읽으면, 어느 순간 비범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29쪽)
이 문장은 평범함의 반복이 결국 비범함을 만든다는 자신감을 준다. 특별한 한 번의 결심보다 평범한 하루를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좋은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작은 습관을 바꾸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독서 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삶의 기준과 방향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준다.
어쩌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독서는 세상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독서는 책을 덮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질문을 던지면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 AI 시대에 과연 독서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고 활용하느냐가 아닐까. 판단력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고, 좋은 질문은 깊이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인간의 사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던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실제로 바뀐 습관이 하나 있다. 눈을 뜨자마자 책 열 장을 읽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하루 한 장, 두 장부터 시작하다 보니 이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 열 장씩 읽어 올해 안에 『안나 카레니나』를 완독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다.
“다가올 겨울에 <안나 카레니나>에 도전해 보자. 난 러시아 문학은 겨울에 읽는 걸 좋아한다. 왠지 겨울에 러시아 문학을 읽으면 더 많은 감동과 깨달음이 온다. 나만의 플라세보 효과 같은 것이다.” (61쪽)
이 문장을 읽고 나도 올겨울 『안나 카레니나』를 완독한 뒤 러시아 문학과 나의 ‘케미’를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책 한 권이 새로운 독서의 계절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독서의 효과가 아닐까.
『독서의 기술』은 나처럼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나는 제대로 읽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많이 읽는 방법보다 어떻게 읽고, 무엇을 생각하며, 읽은 것을 어떻게 삶으로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읽고 나면 독서의 근육이 한층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결국 독서의 기술은 ‘많이 읽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니라, 책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가깝다.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그래서 나도 계속 읽으려고 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조금씩 쌓아 언젠가 비범한 나를 만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