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김호연
2025-06-26조회 12
살아가는 일이 쓰는 일이라는 작가 - 김호연 작가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읽고 - ![]()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K-힐링 소설의 대표작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거머쥔 타이틀은 어마어마하다. 각종 매체 및 기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다 대출 도서, 전 세계 25개국 판권 수출에 힘입어 180만 부 밀리언 셀러에 등극한 소설이다. 또한 연극뿐만 아니라 뮤직 드라마로도 각색되어 상연 중이며 인기에 힘입어 큰 글자 도서, 양장 렌티큘러 한정판, 단풍 에디션, 벚꽃 에디션, 전자책 등 다양한 형태의 판형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 독자들은 김호연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드디어 2024년 4월 <나의 돈키호테>라는 따뜻한 소설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비디오 대여점 '돈키호테 비디오'를 둘러싼 돈 아저씨와 라만차 클럽 친구들 사이의 추억, 함께 꿈꾸고 응원하고 꿈을 향해 모험을 떠났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김호연 작가의 마법에 걸렸던 기억이 난다. 전작만큼은 아니더라도 김호연 작가의 팬들은 이 소설에 열광했었고, 나 역시 재미있게 읽은 뒤 여러 지면에 서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 <나의 돈키호테>가 쓰이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작가의 자전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고 기쁜 마음으로 그 여정을 따라가 봤다. 이 책에는 김호연 작가가 무명 시절 스페인에 체류하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 자신만의 돈키호테를 발견하고자 꿈꾸고 탐험하는 모험담,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성실함, 근성, 도전 정신의 작가 20년 차 전업 작가이지만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는 계속 써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순간,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가 찾아왔다. 3개월간 스페인의 문학관에서 글을 쓸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스페인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앞으로 써 내려갈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작가로서 어떤 대단한 행보를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스페인 속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 '돈키호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전히 소설을 쓰고 싶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고 그저 꿋꿋하게 계속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 단단한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모여 <불편한 편의점> <나의 돈키호테>라는 대작을 펴낼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호연 작가는 "모험을 지속하는 동안은 언제나 돈키호테일 것이고, 집필을 멈추지 않는 동안은 계속 소설가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실함과, 근성과 도전 정신이야말로 많은 독자들이 김호연 작가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도전은 곧 근성이다. 도전이란 말 그대로 언더독이 탑독에게 덤비는 게 아닌가? 인지도와 실력에서 앞서는 탑독에 맞서 언더독이 가진 유일한 능력이라면 근성밖에 없다.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된다며 노력을 폄하하기 전에 근성을 장착해야 했다. 결국 근성 어린 도전만이 미래의 행운을 계획할 수 있는 티켓이니까.(20쪽) 김호연 작가는 글쓰기의 8할이 산책이라고 고백했다. 계속되는 발걸음을 활동 에너지 삼아 이야기라는 빵을 구워낸다(147쪽)고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김호연 작가도 산책을 통해 많은 이야기꽃을 피워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또 하나의 삶의 예시를 얻은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생각을 깨우고 잠들지 않도록 계속 흔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산책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 앉아 있으면 사유는 잠들어 버린다. 다리가 흔들어 놓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몽테뉴의 말이다. (221쪽) 이야기꾼으로서의 일과 삶 김호연 작가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작가에게는 '사는 것이 쓰는 것'이고, 일상을 충실히 영위하는 게 글쓰기의 우선 조건이었다. 결국 살아가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같은 일(218쪽)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소박함에 마음이 더욱 끌렸다.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하고있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일과 삶을 정확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나 역시 그렇다. 사서라는 직업적 특성상 일상을 살면서도 순간순간 도서관 안에 있는 내 모습을 투영시키곤 한다. 나에게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링'과 같고, 링 아래로 내려와서도 다음 라운드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늘 고민한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특강의 핵심은 그 둘이 딱히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최고의 권투 선수는 링에 오르지 않을 때도 늘 링 안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는 경기를 준비하며 연습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들기 전에도, 경기장에 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링에 올라 12라운드를 치른 뒤 판정 결과를 듣고 내려와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링을 떠올릴 것이다. 일이 링이라면 삶은 더 큰 링일뿐이다. (193쪽) 어떤 라운드에서는 흠씬 두들겨 맞고 녹다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라운드에서는 강력한 어퍼컷을 한방 날리고 의기양양하게 내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김호연 작가는 '좀 잘 쓴 듯한 날은 술이 달 것이고, 좀 엉망인 날은 쓴맛에 먹는 술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고칠 수 있는 원고를 가진 사람이 됐다. 나는 그런 이를 작가라고 부른다.(225쪽)'라고 말했다. 작가의 생각처럼 우리도 링 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고 한방 날리고 잠시 뒤로 물러서기도 하면서 12라운드 끝까지 버틴다면 결국에는 판정승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작가가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은, 다음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KEEP GOING! 계속하다 보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결국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호연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Keep Going! 이후 좀 더 길고 친절한 설명을 더했지만 그 학생이 기억해야 할 건 결국 그 두 단어뿐이다. 작가이건 아니건 삶을 수행하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두 단어다. 그 두 단어만이 자신의 인생을 나아가게 만드는 오른발 왼발일 따름이다. (19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