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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뷰 / 우신영

2025-06-30조회 6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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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곳, 송도에 대한 소설
우신영 작가의 <시티 뷰>





 
<시티 뷰>는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인간의 강박과 결핍, 자해와 산재,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매끄러운 삶을 영위하려 애쓰는 오늘날 도시인의 초상을 세밀하게 그린 소설로 평가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은, 인공적인 특성을 가진 '송도'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송도는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거대한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회색빛 도시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그늘진 곳이 없고 오래된 것이 없고 모호한 데가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는(9쪽) 도시라는 특징이 있다. 그곳 송도에서 의사인 석진과 필라테스 센터장 수미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각자 다른 마음과 생각을 품고 쇼윈도 부부로 살아간다.

필라테스 강사인 수미는 몸이 가진 우월성을 믿는 사람이었다. 절제하고 정제하며 흐트러지지 않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제 아이들에게는 몸으로 평가받는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37쪽) 고통을 참아내고 욕망을 숨기는 일의 고단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먹는 쾌락이나 삶의 느슨함에서 오는 쾌락은 포기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쾌락도 있다. 도덕적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피트니스클럽 주니와 은밀한 관계를 즐기는 수미는 남편 석진에게 오히려 좋은 아내인 듯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석진은 면도날을 씹은 채 수차례 병원에 실려오는 유화의 모습을 보면서 수미와 유화 둘 중 누가 더 강박적인지, 도대체 누가 섭식장애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 혼란을 느낀다.
 
우연히 의료봉사 현장에서 만난 유화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낀 석진은 반듯하게 걷던 길에서 일탈을 감행한다. 남편의 일탈을 눈치챈 수미는 분노한다. 자신이 감행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소설 속에서 모두가 진실을 숨긴 채 조금씩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인 줄 알면서 속아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결코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누구나 한두 가지씩 비밀과 상처와 결핍을 안고, 숨기고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시티 뷰>는 슬픔과 연민이 짙게 깔려 있는 소설이다.

이기호 소설가는 이 소설을 '몸으로 밀고 나간, 몸에 대한 소설'이며 '시대에 따라 몸의 지형도가 달라지듯, 우리에겐 언제나 새로운 몸의 서사가 필요하다. 그 드라마가 여기에 있다'라고 평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어느정도는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티 뷰>는 날씬한 몸과 주름 없는 피부가 우월함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현대 사회의 왜곡된 일면을 적나라하게 꼬집어 주고 강력한 펀치를 날려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소설을 덮는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다.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한쪽은 지상으로 하강하고 있었고 한쪽은 정상으로 상승하고 있었는데 평생의 정의에 의거하여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273쪽)
 
시티 뷰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계층 간, 계급 간, 인종 간 격차를 드러낸다는 사실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불균형을 짚어 보게 한다. 욕심과 욕망을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오르려는 사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목숨 걸고 올라가야 하는 사람. '인간이 평등하다는 건 아름다운 미신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점 외에는 평등하지 않다. (37쪽)'는 말의 의미를 짐작하게 한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은 모두 비슷할지 모르겠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느냐 철저하게 위장하고 숨기며 살아가느냐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나는 과연 무엇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고 자신의 내면 밑바닥을 한 번쯤 고요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