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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온라인 게임 / 김동식

2025-04-17조회 9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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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솔깃할 작품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루는 작가, 김동식 <현실 온라인 게임>


 
 
2018년 초단편 소설집 <회색 인간>으로 문학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김동식 작가는 현재 17편의 소설집과 에세이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김동식 작가의 직업이 주물공장 노동자였다는 점은 한때 이슈가 되기도 했다.
 
독자들이 만들어낸 작가
 
김동식 작가는 과거 주물공장에서 일하며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복날은 간다'라는 아이디로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책을 거의 읽어본 적도 없고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독자들은 댓글로 맞춤법 지적과 조언들을 올려주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글이 재미있다'는 칭찬에 고무된 김동식 작가는 3일에 한편 혹은 하루에 2편씩도 소설을 쓰며 점차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어 감을 느낀다. 작가 스스로도, '나는 어떻게 보면 독자들이 만들어낸 작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이 초단편이다. 보통 2~3페이지면 한편의 소설이 마무리된다. 긴 글을 읽기 버거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참신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직조된 초단편 소설 안에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우화와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숨어 있다는 것이 김동식 작가의 소설만이 가진 특징이다.

김동식 작가를 발굴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낸 데에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쓴 김민섭 작가와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김민섭 작가가 보낸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읽은 한기호 소장은 "이런 작가가 어디 숨어 있었냐?"라고 놀라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임프린트 '요다'를 통해 그의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김동식 작가의 첫 책 <회색 인간>은 100쇄를 찍어내는 기염을 토하며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주물공장 노동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김동식 작가의 삶의 서사가 담긴 에세이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을 펴내며 작품의 폭을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매우 기대가 크다.

또한 자신의 글은 각 잡고 읽지 말고 편안한 자세로 간식을 집어먹듯 읽기 바라며, 물릴 수 있으니까 한 번에 너무 많이 읽지도 말라고 말하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이 지금까지 작가로서 탄탄한 팬덤을 유지하는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선한 상상력을 장착한 천재성과 더불어 '꾸준히, 그리고 많이' 와 '안 할 이유가 없네? 그럼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삶의 태도가 소설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

지금부터는 최근에 출간한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초단편 외길 9년 만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집을 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던 게임이 현실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표제작인 <현실 온라인 게임>에는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이 세계 과몰입 파티> <내일을 부르는 키스>까지 김동식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현실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김남우는 과거에 MMORPG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줄임말)을 중독적으로 즐겼던 것으로 나온다. 그가 이 게임에 탐닉한 이유는, 현실의 자기 생에서는 별 볼일 없지만, 온라인 게임 속에서는 적어도 무언가가 될 수 있었기(9쪽)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회사원인 김남우는 잘릴 위험은 없지만 비전도 없고, 크게 바쁘진 않지만 크게 벌지도 못하는 무채색 삶을 살아간다(10쪽). 그런 삶에 염증을 느끼던 중 홍혜화라는 여직원을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캐릭터 게임의 세계로 초대된다. 김남우가 '마법사'라는 닉네임으로 참여하게 된 이 게임의 이름은 <현실 온라인>이다.

홍혜화와 함께 게임에 참여하며 현실 속 퀘스트를 하나씩 완료하면서 받게 되는 보상의 재미에 빠지게 된 김남우는 더 높은 레벨로의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레벨 업이 될수록 이 게임의 수익구조가 궁금해지고 뭔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레벨 10까지 올라갔을 때, 수익구조가 범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퀘스트 달성을 포기하려던 김남우, 그러다 갈등 끝에 계속 게임에 참여하며 고급 퀘스트를 달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여자친구인 홍혜화의 핸드폰에는 이런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당신은 마법사를 전장에 보내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특별 퀘스트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라고.
 
결국 홍혜화는 남자친구 김남우를 이용해 자신의 퀘스트 달성하고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소설의 결말, 김동식 작가는 역시나 반전 포인트를 배치해 독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세 번째 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도 김동식 작가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신혼부부인 김남우와 홍혜화는 신혼여행지에서 남녀가 서로 키스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 신비한 석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대들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고 자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절대 변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 신혼부부는 키스를 하지 않으면 내일이 오지 않는 저주를 받게 된다. 키스를 하지 않으면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쓰는 재미에 빠진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은 비행기 안, 한 사람은 아르헨티나. 그렇게 각자는 26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버리고 키스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된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 것이다. 공항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만남을 시도하려다 결국 김남우는 총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홍혜화는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매일 찾아와 키스를 하고 돌아간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를 말이다.

소설 '현실 온라인 게임'과 '내일을 부르는 키스' 모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평생 써도 줄지 않는 부를 누려보고 싶은 욕망, 즐거웠던 순간을 계속 만끽하고 싶은 욕망까지 인간은 대부분 비슷한 욕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욕망에 지나치게 탐닉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릇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삶의 보편성에 기대어 인간의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준다. 유머와 오락적인 요소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냉철한 사회 비판이, 독자들이 끊임없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 온라인 게임> 역시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도덕적 딜레마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고 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며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이야기꾼 김동식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소설을 들고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이제 '김동식'은 새로운 장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