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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작가로 일년살기

2019-11-27조회 209

작성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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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을 걷다 '나도 작가 되기'라는 프로젝트를 보았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면...' 막연한 꿈을 꾸던 저에게 바람에 휘청이는 플랜카드는 한줄기 계시처럼 다가왔습니다. 고민할 여지 없이 한달음에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 기억이 잊혀질즈음 반가운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문가윤, 김은미 사서선생님의 열정으로 시작된 '나도 작가 되기(이하 나작가)' 프로젝트는 이미 꿈을 이룬듯 벅찬 마음으로 시골 작은 도서관에서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좋은 글만 책이 나옵니다."

나작가 첫 모임 때 사서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저는 아마 그만 두었을 것입니다. 꾸준한 출석만은 자신 있었기에 끝까지만 가면 책이 나올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년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때론 용기가 욕심이 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안되는 글발로 한자 한자 채우기 버거웠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함께'라는 단어가 지탱해주었습니다. 사서선생님의 격려와 나작가 동기들의 위로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게 만들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수많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어제의 저에게 물었고, 오늘의 제가 대답했습니다. 언제 부턴가 머리속 생각이 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글이 제 생각을 키워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쓴 글이 확신에 찬듯 다시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다른 사람 글을 읽으며 공감과 다름을 배웠습니다. 같은 키워드를 세워서 보기도 하고 제가 내놓은 결론을 다르게 가져갔습니다. 각자 느끼고 싶은대로. 우리는 그렇게 계단을 딛고 걸어나갔습니다. 때론 말랑해진 마음으로, 때론 웃으며 단단하게 저의 일년은 열심히 땅을 다졌습니다.

제 이야기를 소중히 들어주는 이의 앞에 선 순간이 이토록 큰 행복인지. 어디가서 이런 독자들을 만날까. 하루하루가 소중했습니다.  ​

오늘은 바로 제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 날입니다.

끝에 다다르니 기억은 처음으로 흐릅니다. 이름과 얼굴도 전혀 모른채 서먹한 공기만 허공에서 맴돌던 그때. 날 것을 꺼내놓고 알몸을 드러낸 양 부끄러워했던 그 시절. 이제는 벌써 아련해집니다.

그동안 자신의 일인양 나서주고 애써주신 두 사서 선생님께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곧 아릿한 작별을 해야합니다. 이 글로 오늘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봅니다. 도서관의 작은 기적이 계속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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