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 프리다 맥파든
2026-09-15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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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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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 프리다 맥파든

『세입자』를 쓴 프리다 맥파든은 뇌 손상 전문의이자 스릴러 작가다. 나는 『더 코워커』를 통해 이 작가를 처음 만났고, 이후 대표작인 『하우스 메이드』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어느덧 발표된 작품 대부분을 읽었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고, 지금까지 30여 권의 작품을 쉼 없이 내놓으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세입자』는 출간 전부터 아마존 에디터 초이스 스릴러, 굿리즈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으며, 2025년 아마존 올해의 스릴러로 선정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프리다 맥파든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서인지 이번 소설의 설정과 전개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분명 어디선가 읽었던 듯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이야기의 흐름이나 다음에 벌어질 일, 반전의 방향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한다. 여러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가가 바로 프리다 맥파든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입자』는 블레이크와 약혼녀 크리스타가 함께 사는 집에 휘트니라는 여성이 세입자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코블 앤 로이』에서 승승장구하며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블레이크는 회사의 기획안을 경쟁사에 팔아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해고된다. 업계에 좋지 않은 소문까지 퍼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가까스로 임시직을 구하지만,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결국 약혼녀 크리스타의 제안으로 집에 세입자를 들이게 되고, 그렇게 휘트니가 그들의 집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거인 정도로 시작했지만, 블레이크와 휘트니 사이에는 오해와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작은 불편은 점점 의심으로, 의심은 증오와 적대감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진짜 위험한 사람일까?’
프리다 맥파든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반전이다. 하지만 그녀의 반전은 단순히 마지막에 한 번 크게 뒤집는 방식이 아니다. ‘이제 이야기가 어느 정도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한 번 판을 뒤집는다. 하나의 반전 뒤에 또 다른 반전을 숨겨두고, 독자가 안심하는 순간 다시 한번 허를 찌른다.
『세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여기서 끝인가?’ 싶은 순간 또 하나의 펀치가 훅 하고 날아온다. 이미 작가가 곳곳에 덫을 숨겨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그 덫에 걸려들고 만다.
프리다 맥파든이라는 작가를 잘 아는 독자라면 익숙한 설정과 전개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을 읽으며 몇몇 장면에서는 다음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프리다 맥파든의 진짜 매력은 ‘무엇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에 있는지도 모른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할 때까지 책에서 손을 놓기 어렵게 만드는 것. 곳곳에 덫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그 덫을 향해 걸어가게 만드는 것. 그것이 프리다 맥파든만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세입자』의 원제는 THE TENANT. 원서 표지에는 스릴러 작가 라일리 세이거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고 한다.
“A relentless mix of secrets, lies and jaw dropping shocks.”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경악할 만한 반전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세입자』라는 소설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의심과 배신, 그리고 왜곡된 믿음이 만들어낸 처절한 복수극은 섬뜩하다. 동시에 이 작품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인지,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할 때 얼마나 쉽게 자신의 편견에 갇히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질문이 남는다.
과연 소시오패스는 누구일까?
휘트니일까, 블레이크일까, 아니면 크리스타일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결말과 반전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무런 정보 없이 첫 페이지를 펼쳐보기를 권한다. 아마도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한 순간, ‘역시 프리다 맥파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