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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황정은

2024-04-17조회 11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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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
 


황정은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건
<디디의 우산>을 통해서였어요.
워낙 베스트셀러였으니까요.
그러나 저에게 그 책은 그다지
임팩트있게 다가오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최근에 황정은 작가의 다른 책
<연년세세>를 읽었어요. 아니 읽기를 시도했으나
중간에 포기했다는 것이 맞을거에요.
잘 읽히지 않았거든요^^;;
작가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저에게
황정은 작가의 글은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소설가 황정은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
<일기>를 통해, 제가 그동안 얼마나 오만한 독서를
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작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념들을
조용히 건져 올리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문장 중간 중간에 쉼표를 많이 사용하십니다.)
황정은 작가의 진가를 이제서야 알아본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장들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혔고
작가가 풀어놓는 언어들은
제가 가진 어휘력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깨닫게 했습니다.
어떤 책일지 궁금하시죠?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서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76)
 
위 문장을 보고
감탄 또 감탄했어요.
진짜 너무너무 멋있는 문장 아닌가요?

내게 독서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번에 이어지는 선형 경험이라기보다는
수시로 멈추고 어떤 지점으로 돌아가고
다른 책으로 끝없이 건너가는 방사형 경험이라서
한번 책으로 들어간 책갈피는 한참 뒤에야
그 책에서 나올 수 있거나 아예 붙들린다.
(82)
 
독서는 방사형 경험이라는 말도 정말 멋지네요.
 
<일기>라는 제목 때문에
가볍게 읽힐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살짝 난이도가 있는
책이기는 합니다. ^^;;
깊고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고통에 사유하는 작가의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나의 일상이 평안하려면
내가 몸담은 사회도 이웃도 평안해야 한다고 하면서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