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통합도서관

검색 열고 닫기

검색

검색

추천 도서 게시판

고요한 포옹/박연준

2024-02-08조회 76

작성자
김은미
이메일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기가막힌 문장들에

압도당한 책입니다.
시인이 쓴 산문이라서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박연준 시인의 글은
문장이 빼어나고 사유가 그윽하며
펼치는 곳마다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문장들만
살짝 내려놓고 가겠습니다^^
문장 안에 오래도록 머물러 보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할 가능성은 없다. 행복은 체험이다.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자주,
쉽게 겪을 수 있다.
유년에 저금해둔 행복을 한꺼번에 찾아
즐겁게 누리는 어른을 본 적이 없다.
(61)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그럴 만한 일이 그럴만한 때에
그럴 만한 형식으로 일어났으리라 생각해요.
돌아간다 해도 인간은 비슷하게 살 거예요.
(77)
 
당신이 오늘 우울하다면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요.
작아지세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작아져 사소함에 복무하세요.
우울할수록 스스로를 너그러이 봐주세요.
 
투명해지고 싶은 나와 진해지고 싶은 나.
이 사이에서 종종 싸운다.
둘 다 나다.
되고 싶은 나와 되기 쉬운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요새 내가 열중하는 공부다.
어려운 건 언제나 되고 싶은 나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질문이 계속 공부하게 한다.
(98)
 
책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는 일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책을 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될 확률은 낮다.
(127)
 
펼쳐진 책은 날아가는 책이다.
머릿속으로, 공중으로, 다른 세상으로.
펼쳐진 책은 힘이 세다.
힘이 세야 날아갈 수 있다.
꽂혀 있는 책은 기도하는 책이다.
읽어주소서.
쌓여 있는 책은 잠자는 책이다.
포개져 잠든 동물 새끼처럼 무구하다.
(128)
 
사람들은 마음을 쓰고 싶지 않을 때 숨는다.
정확히는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을 때 숨는다.
(161)